오늘의 이슈
월세가 전세를 삼켰다…서울 임대차가 먼저 말한 ‘보편형 공공임대’ 수요
최근 3개월 서울 신규 임대차 월세 52.4%…1년 새 8.1%p 급등 순수전세 갱신 절반은 인상률 5%…상한선까지 올리는 계약 ‘일상화’ 정부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가구…관건은 ‘얼마나’보다 ‘어디에’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새로 집을 구하는 세입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월세 계약을 맺고, 기존 전셋집에 계속 사는 세입자도 법이 허용한 최대 폭까지 보증금을 올려주는 사례가 절반에 육박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가구를 공급하는 ‘주거안정플랜’을 내놓은 가운데,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공급 총량뿐 아니라 급속히 월세화되고 있는 임대 수요를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받아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서울 주택 임대차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5~7월 서울에서 체결된 신규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계약 비중은 52.4%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3%보다 8.1%포인트 높아졌다.
1년 만에 전세와 월세의 위치가 사실상 뒤집힌 것이다.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계약 형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돈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매달 현금이 빠져나가는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리와 집값, 전셋값 변화가 맞물리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새로 구하면 월세, 계속 살면 ‘5% 인상’
기존 전세 세입자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갱신된 순수 전세 계약 1만3513건을 분석한 결과 보증금 중위 인상률은 5.0%였다. 특히 전체의 49.5%는 인상률이 전월세상한제가 허용하는 5% 수준에 붙어 있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 시 임대료 상승 폭을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한다. 그런데 실제 계약의 절반가량이 이 한도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집주인이 올릴 수 있는 만큼 임대료를 올리는 계약이 상당 부분 정착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규 계약자는 월세 부담을 떠안고, 기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인상 압력을 받는 ‘이중 압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발표한 주거안정플랜에서 기존 임대시장의 불안정성을 주요 정책 배경으로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약 92만가구를 수도권에 배정하는 내용의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다. 취약계층 위주였던 기존 공공임대의 범위를 넓혀 청년과 중산층 등 다양한 무주택 실수요자가 거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도 약 19만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중산층까지 공공임대의 정책 대상으로 끌어들인 것은 민간 임대시장에 머물고 있는 가구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전체 임차가구의 61%, 약 515만가구가 순수 민간임대에 거주하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반면 기존 공공임대는 소형 면적과 노후화, 비선호 입지 등의 한계로 공실률이 2022년 2.1%에서 2025년 3.3%로 높아졌다.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만큼 입지와 면적, 품질을 실제 수요에 맞추는 문제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편형 공공임대를 역세권과 도심 등 선호지역에 공급하고, 전용 84㎡를 포함한 중형 면적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건설형 17만5000가구와 매입형 1만8000가구 등 약 19만3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119만가구보다 중요한 ‘수요의 지도’
문제는 이제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에서 ‘어디에 먼저 공급할 것인가’로 넘어간다.
서울에서도 임대차 시장의 온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신규 계약에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과 전세 갱신 때 보증금을 상한선 가까이 올리는 지역이 겹친다면, 그곳은 상대적으로 임차인의 주거비 압박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치구별 신규 계약 월세 비중과 전년 대비 상승 폭, 순수전세 갱신 계약의 보증금 인상률, 5% 상한 근접 계약 비중을 함께 놓고 보면 서울 안에서도 임대시장의 압력이 어느 곳에서 강한지 가려낼 수 있다.
이는 향후 보편형 공공임대의 입지를 정할 때도 하나의 수요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획은 과거 공공임대의 한계로 지적돼 온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줄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가 공급 숫자를 채우더라도 실제 월세 전환과 임대료 상승 압력이 높은 지역에서 멀어진다면 정책 체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임대차 실거래 데이터에서 주거비 압박이 뚜렷하게 확인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보편형 임대가 배치된다면 공공임대가 단순한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민간 임대시장의 완충장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119만가구라는 숫자는 계획이다. 반면 서울의 임대차 계약서는 이미 세입자들이 어디에서, 어떤 부담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