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시공하는 경기 부천의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무게추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올해 울산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자사 안전관리자가 사망한 데 이어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을 경영의 절대 가치로 내세운 박상신 대표의 현장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10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10분께 부천시 오정구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소속 A씨(58)가 숨지고 B씨(58)가 다쳤다. 두 사람은 무게추 설치 작업 중 인양된 추가 흔들리면서 이에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중대재해수사과와 산재예방감독과가 사고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무게추가 흔들린 구체적인 원인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건설업의 중대재해 예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안전을 경영의 절대 가치로 확립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을 찾아 안전보건 관리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울산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DL이앤씨 소속 40대 안전관리자가 숨졌다. 당시 이 직원은 타워드럼 내부에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사고 경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샤힌 프로젝트에서는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6월 26일 현대건설 시공구간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거푸집 해체 작업 중 토사와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숨졌고, 9월 3일에는 현대건설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프로젝트에서 올해 세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5월 사고와 나머지 두 사고는 시공 주체가 달라 각 사고의 안전관리 책임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DL이앤씨의 반복된 사망사고는 과거 국회 청문회에서도 다뤄졌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2023년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당시까지 DL이앤씨 현장에서 7차례 사고로 노동자 8명이 숨진 데 대해 사과하고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이 실제로 행사되는지도 쟁점이 됐다. 이 회장은 경쟁사보다 작업중지 요청 건수가 현저히 적다는 지적에 제도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사고 발생 이후의 수습뿐 아니라, 근로자가 위험을 발견했을 때 작업을 멈출 수 있는 현장 체계가 논의된 것이다. 이후에도 사고는 이어졌다. 2024년 5월 8일 DL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북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는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1명이 숨졌다. 고용당국은 당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안전관리 강화는 자회사와의 공동 대응으로 확대됐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DL건설과 ‘DL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했다. 양사는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안전업무 기준과 조직별 역할을 정비하고, 안전진단 결과 공유와 현장 교차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8일 DL건설이 시공하는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DL건설은 전국 44개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단했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과 현장소장 등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모회사 DL이앤씨도 전국 80여개 현장의 작업을 멈추고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본사 정규직 인력 100여명을 현장 안전순찰 인력으로 투입하고, 9월에는 마곡 사옥에 종합안전관제상황실을 구축했다. 같은 해 11월 공개한 대책에는 현장별 작업 현황과 작업 전 안전조치, CCTV 영상 확인 등 위험작업 관리 강화가 포함됐다. 근로자가 위험을 발견하면 작업중지와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 참여 보상도 확대했다. 그해 11월 17일에는 경남 창원 진해신항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선원이 바다로 추락해 숨졌다. 박 대표는 사고 당일 자신의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공사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회사는 선원의 작업 종료 이후 사고가 발생했다며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하고 해당 현장의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 그룹 경영진의 안전관리 책임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출석 요구로 이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해욱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여성찬 당시 DL건설 대표가 대신 출석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번 부천 사고에서 위험작업 관제와 현장 점검 체계가 어떻게 적용됐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무게추 설치 작업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했는지, 작업자 접근 통제와 인양 과정의 안전조치가 이행됐는지는 당국 조사에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박 대표가 강조한 안전 경영과 그룹 차원의 재발 방지 약속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작동했는지가 이번 사고의 핵심 점검 대상이다.